2막 - 김근희 새를 보았다배란다를 빠져나가려 바둥거리던 주검엔벽의 균열이 박혀 있었다소용돌이치다 멈춰버린 현기증이 가을 햇살을 급하게 끊어내고 있었다 가쁜 숨소리가 깃털에 결을 새긴굳어버린 돌 하나손바닥 위에 위인다차갑다 들여다본다눈 주위는 아직도 보송했으나 외마디가 동공에 방점을 찍고부리는 깨어져 있다손바닥이 따뜻해진다 다시 들여다본다산꼭대기 바뒤절벽에 제 부리를 짓찧는 늙은 독수리되살아나려 목숨을 축이던 이슬방울 속에서핏덩이, 이 쉼이 보인다 돌에서 부리가 자라 나온다쉼 없는 순간순간이 파문(波文)을 굴리고 있다무서운 속력이 어둡고 싸늘한 동굴을 빠져 나오고 베란다 문을 열고 돌을 던진다가벼워지고,내 손이 날개처럼 펄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