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비를 맞으며 -최원규

소소한 소선생 2022. 7.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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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최원규

1.

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도

어둠의 영혼에 나뭇가지 틈새로

발돋움 하고 일어서나니

그대여, 따스한 곳에 편히 누웠거라

 

2.

소낙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으름장을 놓는 저녁나절

하늘의 복판은 구멍이 뚫렸나 보아

그대 가슴에 박힌 빚더이처럼

 

3.

 그대의 손을 잡고 싶어라

그대의 살내음을 맡고 싶어라

그대의 숨소리를 듣고 싶어라

비에 젖어 있는 그대를 안고 싶어라

 

4.

그대와 짓는 죄는 꿈이라 한들

꿈속에 떨어진 무간지옥이라 한들

목숨의 찌꺼기로 흩어진다 한들

이승에 쌓인 하찮은 먼지라 한들

 

5.

그리움의 처음은 무엇일까

그리움의 끝은 어데일까

들판 한가운데에 선 느티나무

매어달린 둥지 속 남은 깃털일 거야

 

6.

 나뭇잎도 젖어

그대 머리결도 젖어

이런날 나도 환한 햇빛 속에서

그대와 뜨거운 숨결로 젖어 있겠네

 

7.

나무들이 떼를 지어 몰려가는 날

비는 스쳐 지나가고

그리움도 젖어 안개로 쌓였으니

아, 그대 바람처럼 어데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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