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이따금 봄이 찾아와 - 나희덕

소소한 소선생 2022. 2. 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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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봄이 찾아와 - 나희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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