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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타고 오르는 손바닥에 분명 끈끈이가 달린 거
야 담 아래 녹아내리는 풀, 수액은 줄기와 딱딱한 잎
속을 채우고 잠시 고여있다 참을 수 없어 더듬이까지
달려가면 벽돌담이 손 안에 들어와 있다 담쟁이 손들
이 허리를 안고 목을 꺾는다 발목을 붙들고 물을 가둔
다 여름이 녹아내리기까지 한잎 한잎 더위를 삼킨다
내 손에 친친 감겨있는 물이, 몸 풀어내어 구렁이처럼
길게 미끄러져 가는, 잎잎에 매달린 흑백사진, 손을 펴
면 갇혀있던 여름 붉은 잎을 떨구며 달아난다
담쟁이 잎사귀에 달개비꽃물 줄줄 흘리고 여름이 간
다 손 안에 물을 가둘 수 없다 장마는 그치고 상처 하
나 살점에 매달고 담을 넘는다
-비처럼 내리고 싶다- 신경숙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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