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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아래서 - 나태주

소소한 소선생 2024. 11. 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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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 비단 안개

 

4.

모두가 내것만이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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