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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피려 할 때 - 전영숙
찌르르 젖이 돈다
둥글게 문질러
아기의 입에 젖을 물린다
동백나무가 공중의 입에
꽃몽우리를 물리 듯게
어찌나 세게 빠는지
아기의 이마와 코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꽃몽우리 끝도 피가 몰린 듯 발갛다
쓰리고 화끈거리겠지
속엣 것을 빨아 낼 때
부르르 떨리던 고통
흔들리는 동백나무가
바람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젖 물처럼
터져 나올 꽃잎들
또 공중의 입속은 얼마나 달콤할까
햇빛과 바람에
통통 분 꽃몽우리가 벌어진다
벌과 나비
공중에 속한 것 모두
잠든 아기 배만큼
부르겠다
찌르를 젖이 돈다
동백이 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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