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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3

서른잔치는 끝났다- 인생 -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

시,좋은글 2023.02.23

마법의 시간 - 최영미

사랑의말은 유치할 수록 좋다 유치할수록 진실에 가깝다 기다려찌 어서와찌 만져줘찌 뜨거워찌 행복해찌 ​ 유치해지지 못해 충분히 유치해지지 못해 너를 잡지 못했지 너밖에 없찌. 그 말을 못해 너를 보내고 바디버터를 덕지덕지 바른다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마법의 시간으로 돌아가고파 ​ 망고와 파파야 즙을 머리에 바르고 올리브오일로 마사지하고 싱그러운 페퍼먼트와 장미꽃 향으로 중년의 냄새를 덮고 어미의 병실에서 묻은 지저귀 냄새도 지우고 기다려찌 너밖에 없찌 ​

시,좋은글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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