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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정호승

시인 - 정호승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정호승 시집중에서 그 외에 미리 올린 시들산산조각바닥에 대하여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눈사람

시,좋은글 2024.08.15

눈사람 - 정호승

눈사람 - 정호승​눈 내리는 새해 아침에 새처럼 소리치며 아이들이눈을 뭉쳐 서로 눈싸움을 하더니그 중 한아이가 연탄재를 굴려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예, 눈사람은 연탄재로 만드는게 아니야하얀 눈을 뭉쳐서 만드는 거야나는 어른으로서 아이에게어미까치처럼 점잖게 소나무에 앉아 훈계하고아이가 만든 눈사람을 바라보았다눈사람은 가슴에 연탄재를 품고어느새 운주사 석불 같은 부처님이 되어 있었다눈싸움을 마치고다른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도다들 부처님이 되어 빙긋이 웃고 있었다펄펄 내리는 눈송이들이눈사람 부처님 앞에 신나게 재롱을 떨다가마른 풀잎 위에도강아지가 뛰어간 발자국 위에도고요히 내리고 있었다​정호승 시집 에서 발췌

시,좋은글 2024.08.11

산산조각 - 정호승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흙으로 만든 부처님이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산산조각이 나얼른 허리를 굽히고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부처님이 말씀하셨다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강의를 듣고 시를 감상하니 더 실감이 나고 좋다.

시,좋은글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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