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힝, 내 안에서 말 한마리 풀려 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 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