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간 하루들의 재료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을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