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의 신비 - 김경미 물컵의 신비 김경미 아들 셋에 딸 하나, 네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물컵만 쏟지 않아도 살 것 같겠다며 그때만을 기다렸다 어느 날 부턴가 드듸어 네 아이 모두 다 더는 물컵을 쏟지 않았다 더는 물이 밟히지 않는 바닥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엄마는 너무 기뻐서 허둥대다가 그만 물컵을 쏟았다 *2년전에 올린 시인데 다시 올려봅니다 시,좋은글 2023.08.27
식사법 – 김경미 식사법 –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 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 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시,좋은글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