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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길 - 김지하

소소한 소선생 2023. 2. 2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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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길

                                           김지하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스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 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까 밀 냄새가 잊힐까

사뭇 사뭇 못 잊을 것을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팔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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