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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 유홍준시집

소소한 소선생 2022. 6. 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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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 유홍준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가 먼 데를 바라보고 있다

 

대나무 우듬지가 요렇게 살짝 휘어져 있다

 

저렇게 조그만 것이 앉아도 휘어지는 것이 있다 저렇게 휘

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있다

 

새는 보름달 속에 들어가 있다

 

머리가 둥글고, 부리가 쫑긋하고, 날개를 다 접은 새다 몸집

이 작고 검은 새다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창문 앞에 앉아

나는 외톨이가 된 까닭을 생각한다

 

캄캄하다, 대나무 꼭대기를 거머 쥐고 있던 발가락을 펴고

날아가는 새

ㅟ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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