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조용한 날들 - 한강

소소한 소선생 2022. 2. 19. 09:06
반응형

조용한 날들 - 한강

 

아프다가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주 보는 눈이 없다

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
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아프다가

돌아오다가

지워지는 길 위에
쪼그려 앉았다가

손을 뻗지 않았다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0) 2022.02.19
호수 1 - 정지용  (0) 2022.02.19
서울의 겨울12- 한강  (0) 2022.02.19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0) 2022.02.19
아침의 향기-이해인  (0)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