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우리가 키스할때 눈을 감는 건 - 고명재
개와 눈과 아이는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순전히 날뛰는 힘을 갖고 싶어서
눈 녹인 물을 내 안에 넣고 싶었다
차갑고 뻑뻑한 팔을 주무르면서
떠난 개들의 눈 쌓인 그릇을 치울 수 있다면
소의 농포를 환부에 슬쩍 바르고
키스하고
이민자와 손을 잡고
감자에 뿔이 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설편처럼 사랑해 사랑해 속삭인다면
모든 목줄이 훌라후프로 커다래지겠지
죽은 개들이 혀를 빼물고 냇물일 달리고
쫑긋쫑긋 산맥이 서서 목덜미 터지고 흙속에서 더덕이 다리를 뻗을 때
네 어둠 속의 육상을 보고 있다
짓무른 뒷목에 손을 얹은 채
차가운 감자를 갈아서 눈처럼 바른다
네 캄캄한 방문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나는, 함부로 더 이상해져야지
꽃술을 만지던 손끝으로
배꼽을 파면서
입이나 귀에서 백합이 마구 피면 좋겠다!
철조망 사이로 약속을 걸고 지문을 뒤섞어
민증이나 국경 따윌 꽃처럼 웃으며
발 없는 말로 말 없는 귀로 뿔 없는 솔
개화전선(開花前線)은 탄산처럼 북으로
나는 자꾸 눈썹이 새처럼 날아갈까봐
무거운 장화를 신고 너와 입을 맞춘다
가장 투명한 부위로 시가 되는 것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미래가 빛나서
눈 밟는 소리에 개들은 심장이 커지고
그건 낯선 이가 오고 있는 간격이니까
대문은 집의 입술, 벨을 누를 때
세계는 온다 날개짓을 대신하여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0) | 2025.03.22 |
---|---|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 황지우 (0) | 2025.03.18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0) | 2025.03.18 |
기억할 만한 지나침 - 기형도 (0) | 2025.03.18 |
엄마 걱정 - 기형도 (0) | 2025.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