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 황지우

소소한 소선생 2025. 3. 18. 17:26
반응형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 황지우

 

 

 

펑! 튀밥 뒤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 갈 것 같은 소리-  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內藏寺가는 벚꽃길 ;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