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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 황중하
내가 두려워 지기 시작한다.
나의 머릿속으로 이입해 들어오는 영상들.
나는 이미 나에게 공포영화다. 나는 나와 내 존재의 배후
를 의심한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창밖의 별은 날카로운 칼끝처럼 나를 겨눈다. 나는 누군가
의 손을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나를 향해 뻗치는 모든 손을
두려워한다.
누구에게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나는 나로부터 도망친다. 무서운 살의로부터. 무수한 별들
로 부터. 별들의 가슴팍에 숨겨진 수많은 칼날들로부터.
손에 흐르는 식은 땀들.
벽장 속에 숨지만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완벽하게 혼자
인 지금, 나는 나에게 공포영화다. 이 영화 속을 탈출하고 싶
다고 되뇐다.
무수한 칼들이 나를 향해 살의를 꺼내고 벽장은 나의 숨을
조르기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나는 이 영화의 끔찍한 메인 필름이다.
시집 <아직 나는 당신을 처리중입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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