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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꽃밭에 들다 --- 김지요

소소한 소선생 2024. 1. 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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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꽃밭에 들다 --- 김지요

 

 

어머니는 요즘 꽃 보는 재미로 산다

매화를 심고 난초를 심고

점에 십원씩 하는 화투판에서 사계절을 보낸다

꽃놀이, 단풍놀이 다하고

이천구백오십원이 남았으니

남는 장사라며 웃는다

 

할매들은 군용 담요 위 펼쳐진

화투짝만큼 걸판진 농을 주고 받는다

비오는 날 임도 기다려보고

고운 모란꽃이었던 적 있었는디

인제는 공산명월이여

애꿋은 흑사리 껍데기를 툭 던진다

정작 숨기고 싶은 패는  보여주지 않는다

남은 것을 다 건 듯이

십원 때문에 열꽃이 피어 눈을 흘긴다

무를 수도 없기에

한 번쯤 손을 털고 일어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

 

해진 담요 안에 족히 담아질 만큼

소소한 꽃밭이 저문다

한바탕 놀음이 끝난 할매들이

틀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화투짝처럼 뒤집어진다

목단 매조만 꽃이랑가

할매들 얼굴마다 자글자글 주름꽃 

진경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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