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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꽃밭에 들다 --- 김지요
어머니는 요즘 꽃 보는 재미로 산다
매화를 심고 난초를 심고
점에 십원씩 하는 화투판에서 사계절을 보낸다
꽃놀이, 단풍놀이 다하고
이천구백오십원이 남았으니
남는 장사라며 웃는다
할매들은 군용 담요 위 펼쳐진
화투짝만큼 걸판진 농을 주고 받는다
비오는 날 임도 기다려보고
고운 모란꽃이었던 적 있었는디
인제는 공산명월이여
애꿋은 흑사리 껍데기를 툭 던진다
정작 숨기고 싶은 패는 보여주지 않는다
남은 것을 다 건 듯이
십원 때문에 열꽃이 피어 눈을 흘긴다
무를 수도 없기에
한 번쯤 손을 털고 일어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
해진 담요 안에 족히 담아질 만큼
소소한 꽃밭이 저문다
한바탕 놀음이 끝난 할매들이
틀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화투짝처럼 뒤집어진다
목단 매조만 꽃이랑가
할매들 얼굴마다 자글자글 주름꽃
진경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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