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역전사진관집 이층---신경림
사진관집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한밤에도 덜커덩덜커덩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관에서
낙타와 고래를 동무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 때나 나와 기차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갈 수 있는,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그 먼곳에 갈 수 있는
어렸을 때 나는 역전 그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이루어져 비행기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다녀봤지만, 나는 지금 다시 그 삐걱대는 다락방에 가 머물고 싶다.
아주 먼 데서 찾아왔을 그 사람과 함께 누워서
덜컹대는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 소리를 듣고 싶다.
낙타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
다락방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찾아온 길을 되짚어 가면서
어두운 그늘에도 젖고 눈부신 햇살도 쬐고 싶다.
그 사람의 지난 세월 속에 들어가
젖은 머리칼에 어른대는 달빛을 보고 싶다.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날을
다시 그 삐걱대는 사진관집 이층에 가 머물고 싶다.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쉬 --- 문인수 (0) | 2024.01.25 |
---|---|
어머니,꽃밭에 들다 --- 김지요 (1) | 2024.01.25 |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0) | 2024.01.25 |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1) | 2024.01.25 |
단풍드는 날 - 도종환 (0) | 2023.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