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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시집 2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뒤 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 한번 날으는 길 위로.

시,좋은글 2022.02.21

빈센트 - 황동규

빈센트 - 황동규 빈센트 반 고흐 처럼 계속 물감 바르라 보채는 캔버스들을 벗어나 어디 숨 좀 쉴 공기를 찾아 피스톨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 까마귀 줄지어 나르는 누런 밀밭이 아직 있을까? 가며 가며 금속피로처럼 쌓이는 마음의 안개 짐시 밀어내고 과일과 과자꾸러미를 사들고 뵈지 않게 숨어서 우는 아이들을 찾아가 '눈물 그만, 여기 맛있는 사과와 과자가 있네!'달래 울음을 그치게 하고 파워레인지 로봇들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고 '이제 나는 가도 되지?' 말하고 넌지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눈 한번 딱 감고 걸어 사방에 아무도 없이 밑불들만 간지럼 타듯 타는 곳으로 나갈 수 있을까? 황동규 시집에서

시,좋은글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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