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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3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그대 벽 저편에서 중얼댄 말 나는 알아들었다. 발 사이로보이는 눈발 새벽 무렵이지만 날은 채 밝지 않았다 시계는 조금씩 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대는 몇마디 말을 발음해본다. 나는 내가 아니다 발음해본다. 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 꿈, 신분증에채 안 들어가는 삶의 몽땅,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 황동규 시집에서

시,좋은글 2022.02.21

겨울밤 0시5분 - 황동규

겨울밤 0시5분 -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드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 센터'밭으로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막 문을 닫고 있다. 나머지 한 변이 시작되는 곳에 막차로오는 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듯 흘끔흘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여자. 키 ..

시,좋은글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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