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65쪽 스님 이번에는 삶이라는 글자와 작은 점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저의 고장에서 가장 작은 물건을 가리키는 형용사가 좁쌀과 담배씨인데, 돌가지 씨가 담배 씨만큼 작아요. 올 봄에 돌가지씨를 뿌리며 깨달았습니다. 씨는 작아야 뿌리기도 묻기도 간수 하기도 쉽겠다고. 그래서 씨는 이렇게 작게 생겨났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씨가 좀 굵은 율무, 콩, 땅콩은 심어 놓으면 짐승들이 파 먹기도 하는데, 작은 씨는 짐승들이 건드리지도 못합니다. 눈에 띄지 않는데 어떻게 건드릴 수 있어요? 낙락장송으로 자라는 솔 씨는 쌀의 오분의 일이 될까 말까 하고 몇 백년을 살고 몇 아름드리로 크는 느티나무 씨는 이파리 뒷편에 붙어 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작은지 이제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하여튼 눈에 잘 띄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