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강인한 바람 없는 날 비가 내린다 수직으로 내리는 빗방울이 달리는 차창 안에서는 빗금으로 보인다 죽은 강줄기 위에 비가 내린다 멀리서 바라보면 우리 마을의 불빛도 동화처럼 까물거린다 비는 내리고 기름 찌든 강에는 더러운 산업이 흐를 뿐 아무 것도 비쳐지지 않는다. 우리 잠시 젖은 몸을 벗고 저승에 건너가 이승을 내다보면 우리들 찌꺼기 같은 삶의 빗방울도 무지개 빛깔로 아름다울까 떠나온 고향도 조금씩은 그리워질까 바람 없는 날 비가 내린다 견고한 수직으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