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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6

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리다, 라고 쓰면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삶이란,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빗소리였으나보이지 않기 때문에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날아가지 않으려고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쉽게 꺼내지 말 것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 않겠다,라든지그래, 우..

시,좋은글 2024.08.29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는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

시,좋은글 2023.05.08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

시,좋은글 2022.09.02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

시,좋은글 2022.08.12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 연인과 들길을 걸을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 자주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

시,좋은글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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