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예수 - 정호승 1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레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속에 넘치는 평화,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서울에 잠시 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