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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4

곡비 - 문정희

곡비 - 문정희  사시사철 엉겅퀴처럼 푸르죽죽하던 옥례 엄마는곡을 팔고 다니던 곡비였다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주고그네 울음에 꺼져 버린 땅 밑으로떨어지는 무수한 별똥 주워 먹고 살았다그녀의 허기 위로 쏟아지는 별똥 주워 먹으며까무러질 듯 울어대는 곡소리에이승에는 눈 못 감고 떠도는 죽음 하나도 없었다저승으로 갈 사람 편히 떠나고남은 이들만 잠시 서성일 뿐이었다 가장 아프고 가장 요염하게 울음 우는옥례 엄마 머리 위에하늘은 구멍마다 별똥 매달아 놓았다 그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알아야 하리

시,좋은글 2024.08.29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을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어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곱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곱터가 눈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상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곱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

시,좋은글 2024.01.25

흙 - 문정희

흙 문정희 ​ 흙이 가진 것 중에 ​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 ​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 또한 그의 가슴에 한줌의 씨앗을 뿌리면 ​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 흙의 일이므로 ​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 ​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 온다 ​ 하늘..

시,좋은글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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