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 유홍준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가 먼 데를 바라보고 있다 대나무 우듬지가 요렇게 살짝 휘어져 있다 저렇게 조그만 것이 앉아도 휘어지는 것이 있다 저렇게 휘 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있다 새는 보름달 속에 들어가 있다 머리가 둥글고, 부리가 쫑긋하고, 날개를 다 접은 새다 몸집 이 작고 검은 새다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창문 앞에 앉아 나는 외톨이가 된 까닭을 생각한다 캄캄하다, 대나무 꼭대기를 거머 쥐고 있던 발가락을 펴고 날아가는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