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화

수선화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소소한 소선생 2022. 3. 1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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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 나르키소스의 꽃

수선화 꽃다발

나르키소스는 강의 신 케피소스와 물의 님프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어릴 때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로부터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있다.” 라는 말을 들었다.

나르키소스는 커감에 따라 아름다운 청년으로 변모해갔다. 누구나 그를 한 번만 보면, 마음이 동할 정도로 아름다운 젊은이였다. 또 그는 대단히 잘난 체하는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다. 많은 아가씨들이 구애를 했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헬리콘 산에 사는 에코라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수다쟁이 님프가 있었다. 한번은 에코가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덮치기 위해 숨어있는 헤라 앞에 나타났다. 헤라가 얼른 저쪽으로 가라고 눈치를 주었지만, 에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잘대기만 했다. 인기척을 알아차린 제우스는 얼른 자리를 피해, 헤라의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화가 난 헤라는,

너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 지금부터 너는 남이 말하기 전에는 입을 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마지막 부분만 따라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에코는 상대의 말끝만 되풀이하는 외에 다른 말은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가 친구들과 함께 산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를 처음 본 에코는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네 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냥하던 중에 친구들을 잃어버린 나르키소스는,

이 근처에 누가 있어요?”

라고 외치자, 에코는

있어요.”

라고 응답했다. 나르키소스가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누가 있으면 나와요.”

라고 말하자, 에코도,

나와요.”

라고 따라했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왜 안와요.”

라고 물어도, 같은 말만 반복해서 들릴 뿐이었다.

같이 가요.”

라고 나르키소스가 외쳤다. 이 말을 들은 에코는 기쁜 마음에 그 말을 되풀이 하면서, 달려가서 그를 껴안으려고 했다. 그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떨어져요! 당신이 나를 붙잡는다면, 차라리 죽어버리겠어요.”

라고 말했다. 에코 역시,

죽어버리겠어요.”

라고 따라하며 흐느꼈다.

나르키소스에게 버림받은 에코는 너무나 수치스러운 나머지, 숲 속 깊숙한 곳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슬픔으로 인해 그녀의 모습은 점점 야위어갔고 수척해져서 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다 뼈마저 가루가 되어 형체 없는 목소리만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답하고 있었다.

나르키소스의 잔인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님프들에게도 쌀쌀맞게 대했다. 어느 날, 그를 짝사랑하던 한 님프가,

나르키소스가 언젠가 사랑하게 되더라도 사랑이 무엇인지, 또 사랑에 보답 받지 못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주세요.”

라고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기도를 올렸다. 네메시스는 이 님프의 기도를 받아들여,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샘에 비친 나르키소스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주었다.

헬리콘 산에는 은빛이 나는 맑은 물을 담은 샘이 있었다. 주위에 신선한 풀이 무성하고, 바위가 햇빛을 가려주는 아늑한 곳이었다. 어느 날, 사냥을 나온 나르키소스는 갈증을 느끼고, 목을 축이기 위해 이 샘으로 왔다. 그리고 물을 마시려고 몸을 숙이자,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것이 이 샘에 살고 있는 물의 님프인 줄 알았다. 빛나는 눈동자, 아름다운 머리카락, 붉으스름한 뺨, 상아같이 흰 목, 붉게 빛나는 입술, 거기다 건강미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나르키소스는 그 모습에 반해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그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안으려고 두 팔을 물속에 집어넣자, 상대는 곧바로 달아나버렸다. 나르키소스가 몸을 일으키면, 물속에는 또 다시 그 모습이 비치는 것이었다.

나르키소스는 도저히 그 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고 언제까지나 샘 주위를 서성이며, 수면에 비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이야기했다.

당신은 어째서 나를 피하나요? 내가 손을 내밀면 당신도 손을 내밉니다. 내가 당신에게 손짓을 하면, 당신도 나에게 손짓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만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물 위에 떨어질 때마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어른거리다 사라져버렸다. 그는 물속의 상대가 떠나는 것을 보고 외쳤다.

제발 부탁이니 기다려주오.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소. 당신의 몸을 만질 수 없어도 좋소,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만 이라도 해주오.”

라고 간청했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 나르키소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갔다. 에코를 매료시키던 아름다움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에코는 여전히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가 괴로움의 한숨을 몰아쉬면, 그녀도 그대로 따라했다. 이렇게 혼자서 애를 태우던 나르키소스는 마침내 죽고 말았다. 그의 혼이 저승을 일곱 번 감아 도는 스틱스 강을 건널 때,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만지려 하다가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가 죽자 에코도 님프들도 슬퍼했다. 그들은 나뭇더미를 준비하고 그를 화장하려 했지만, 어디에서도 그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배에서 떨어진 강 언덕에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 피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나르키소스(수선화)라 부르며, 그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게 되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자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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