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극장 문을 나서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소소한 소선생 2025. 1. 31. 22:38
반응형

극장 문을 나서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새하얀 화폭 위로 깜빡이면 명멸하는 꿈

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과도 같은 두 시간

그리운 멜로디에 실린 옛사랑이 있고

머나먼 방랑으로부터의 행복한 귀환이 있다.

 

동화가 끝난 세상에는 검푸른 멍과 희뿌연 안개

숙련되지 않은 어설픈 표정과 배역들만 난무할 뿐

군인은 레지스탕스의 비애를 노래하고

소녀는 고달픈 삶의 애환을 연주한다

 

나, 그대들에게 돌아가련다, 현실의 세계로

어둡고, 다사다난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문간에서 서성이는 외팔이 소년과

공허한 눈빛의 소녀가 있는 그곳으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끝과 시작> 중에서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 2025.01.10
정호승특강 ( 24.12.5.목) - 12월  (0) 2024.12.08
2막 - 김근희  (0) 2024.12.03
끙끙 - 이상호  (0) 2024.12.03
검은 빛 - 김현승  (0)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