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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문을 나서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새하얀 화폭 위로 깜빡이면 명멸하는 꿈
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과도 같은 두 시간
그리운 멜로디에 실린 옛사랑이 있고
머나먼 방랑으로부터의 행복한 귀환이 있다.
동화가 끝난 세상에는 검푸른 멍과 희뿌연 안개
숙련되지 않은 어설픈 표정과 배역들만 난무할 뿐
군인은 레지스탕스의 비애를 노래하고
소녀는 고달픈 삶의 애환을 연주한다
나, 그대들에게 돌아가련다, 현실의 세계로
어둡고, 다사다난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문간에서 서성이는 외팔이 소년과
공허한 눈빛의 소녀가 있는 그곳으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끝과 시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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