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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 김화순
그의 눈길 앞에서 나는 재빨리 보호색을 띤다
어깨는 유혹하듯 화려하게 부풀고
얼굴은 재빠르게 풍경을 복사한다
흐트러진 옷매무새 재빠르게 여미고
두 다리에 불끈 힘을 주고
또 하나의 나를 무수히 복제한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사방으로 흩어진
윗몸과 아랫도리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숨소리마저 온화하게 바꾸는 변신술팽
칡넝쿨에 칭칭 감긴 고사목처럼
시선에 꽁꽁 묶인 나는
숨 막히는 생존법을 실행한다
팽팽한 창살에 갇힌 나
꿈에서라도 꼭꼭 여민 나를 완전히 벗어 보일 수 있을까
판옵티콘에 수감된 무기수
나는 죄목도 없이 형량을 산다
우리는 모두 감옥 하나씩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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