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구겨진 몸 - 이향

소소한 소선생 2024. 6.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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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피우다 보면 

구겨진 종이가 더 잘 탄다

주름살 많은한  부채 속, 바람 접혀 있듯

구겨진 몸에는 통로가 있다.

 

밑바닥까지 굴러 본 뒤에야 깊어지는 숨처럼

구석에 쿡, 쳐 박혀 봐야

뻑뻑한 등도 굽을 수 있지

 

반듯한 종이가 모서리를 들이미는 사이

한 뭉치 종이가 불을 먼저 안는다

구겨진다는 것은 바짝 다가선다는 것일까

더 망칠것 없다는 듯

온몸으로 불길을 연다

 

구겨진 몸이 불을 살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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