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구부정한 바지랑대 위에
낮달 하나 걸려 있다.
바람도 풀밭으로 가 엎드린 시간
채송화 꽃밭에는 졸음오는 맨드라미 피가 달아
아버지의 나귀 방울 소리는 감투봉을 넘었는지 들리지 않고 동구밖
미루나무 꼭대기엔 흰 배때아리 드러낸
까치 한 쌍.
무어라 꽁지 흔들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시늉을 건넨다.
한참을 이고 섰던 광주리 내려놓듯
댓돌 위 신발 한 켤레 벗어놓고
엄마는 방으로 들어 끙끙 앓으신다.
구부정한 바지랑대 위
낮달 하나 걸려 오도가도 못하듯
마당가엔 지심 매던 엄마의 호미 한 자루
드러누워 있다.
나는 부엌으로 가 풍로에 불지펴
약탕기에 탕약을 끓이고 있다.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처럼 - 박목월 (0) | 2021.08.16 |
---|---|
오월의 바람 - 박인환 (0) | 2021.08.16 |
스위치를 켜며 - 이정하 (0) | 2021.08.16 |
어둠까지 - 이정하 (0) | 2021.08.16 |
누더기 별- 정호승 (0) | 2021.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