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업어준다는 것--- 박서영

소소한 소선생 2024. 1. 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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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 준다는 것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 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중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 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 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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