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그림자 - 백운복

소소한 소선생 2023. 5.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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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백운복

이끌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내가 주인인 줄 알았는데

 

멈칫 한 번 하지 않고

말없이 밀어주고 당겨주며

 

더러 지쳐 앉아 있을 때는

곁에 바싹 붙어 기다려 주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도 내 몸에 들어와

나보다 먼저 빛을 기다리며

언제나 나를 일으켜 주고 있었고

 

빛난다고 자만하는 한낮에

그림자를 잠시 잊을 때에도

모습을 낮추거나 숨길 뿐

한번도 나를 가린적이 없었다

 

오늘도 그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긴 팔 펼치고

여명으로 나아가자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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