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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백운복
이끌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내가 주인인 줄 알았는데
멈칫 한 번 하지 않고
말없이 밀어주고 당겨주며
더러 지쳐 앉아 있을 때는
곁에 바싹 붙어 기다려 주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도 내 몸에 들어와
나보다 먼저 빛을 기다리며
언제나 나를 일으켜 주고 있었고
빛난다고 자만하는 한낮에
그림자를 잠시 잊을 때에도
모습을 낮추거나 숨길 뿐
한번도 나를 가린적이 없었다
오늘도 그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긴 팔 펼치고
여명으로 나아가자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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