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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시선집 5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서울에 푸짐하게 첫눈이 내린 날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엄마의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주다가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부지런히 다시..

시,좋은글 2024.08.07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선집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04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정호승시선집 -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04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시,좋은글 2024.07.04

수선화에게 - 정호승

2024.7.2.화요일, 2시~ 4시.작가와의 만남 -제 14강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 -를 중심으로첫번째 - 산산조각두번째- 수선화에게 세번째 -이별노래네번째 - 부치지 않은 편지 강의 마치고 난 예전에 사둔 시집 두권에 사인을 받았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와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울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시,좋은글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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