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박남준 4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 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

시,좋은글 2023.07.18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 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시,좋은글 2023.07.06

놀라워라 - 박남준

놀라워라 - 박남준 낙엽 하나 땅에 떨어졌다 어떤 나비의 애벌레에 몸을 내주었나 삭은 뼈처럼 드러난 잎맥들 방울방울 이슬을 매달아 햇빛을 굴린다 그 모습 열반한 선승의 사리 아닌가 생각하는데 몸의 어느 구석에 생기가 남아 있었던가 가을볕에 뒤척이다 발끝부터 토르르-륵 동그랗게 말았다 번데기 같다 가지에서 떨어져 허공을 부유하다 나비를 꿈꾸었는가 놀라워라 저 낙엽 박남준 시집에서

시,좋은글 2022.02.2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