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모니터 속에서 사자가 사슴을 먹고 있다바로 직전까지 도망치는 사슴을 사자가 쫓아다녔다나는 사슴이 사자 속으로 벌겋게 들어가는 걸 본다아니 저런, 꼭 제집 대문 들어가듯 하네 입이 문이면송곳니는 어서 들어가자고 등 떠미는 다정한 손아니지 지금 사슴이 사자로 변하는 중이잖아서로 꽉 붙들렸으니 영락없는 한 몸뚱어리지그렇게 한 순간 죽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돌연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핏빛하늘 아래 사반나의 황혼 장엄하다어린 사슴 따뜻한 사자 뱃속에 들어간 황혼을 탁 끄고냉장고 열어 내용물 환히 비치는 유리그릇들어둑한 식탁위에 늘어놓다가 그 차가움에 감전되듯사슴이 사자에게 잡아먹힌 저녁의 정체를 비로소등줄기로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