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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0시5분 2

겨울밤 0시5분 - 황동규

겨울밤 0시5분 -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드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마음 조금 가다듬고 별을 보며 종점까지 한 정거를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 미니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 센터'밭으로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막 문을 닫고 있다. 나머지 한 변이 시작되는 곳에 막차로오는 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듯 흘끔흘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여자. 키 ..

시,좋은글 2022.02.21

빈센트 - 황동규

빈센트 - 황동규 빈센트 반 고흐 처럼 계속 물감 바르라 보채는 캔버스들을 벗어나 어디 숨 좀 쉴 공기를 찾아 피스톨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 까마귀 줄지어 나르는 누런 밀밭이 아직 있을까? 가며 가며 금속피로처럼 쌓이는 마음의 안개 짐시 밀어내고 과일과 과자꾸러미를 사들고 뵈지 않게 숨어서 우는 아이들을 찾아가 '눈물 그만, 여기 맛있는 사과와 과자가 있네!'달래 울음을 그치게 하고 파워레인지 로봇들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고 '이제 나는 가도 되지?' 말하고 넌지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눈 한번 딱 감고 걸어 사방에 아무도 없이 밑불들만 간지럼 타듯 타는 곳으로 나갈 수 있을까? 황동규 시집에서

시,좋은글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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