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7월달부터 들어서 이제 두번째 듣고 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라서 그런가 더 강의가 멋지고 귀에 쏙 들어온다.
오늘도 역시 쉬는 시간없이 강의
시를 5편이라 소개했다.
1. 바닥에 대하여
2. 눈사람
3. 서울의 예수
4. 명동성당
5.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 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 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
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들
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레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
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
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
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
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
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
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
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 들리고 눈
이 내리더니. 사랑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
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
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
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
미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술잔을 들고 어둠 속으로 이 세상 칼끝을 피해 가다가,
가슴으로 칼끝에 쓰러진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
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
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
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무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먹고 싶
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
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
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있다.
5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플
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
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
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
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
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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