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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 법정스님

소소한 소선생 2022. 6. 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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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2.7 시간의 빠름을 느끼며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

본문 76쪽 중에서

 

서산에 해 기울어 산 그늘이 내릴 무렵, 훨훨 벗어붙이고 맨발로 채소밭에 들어가 김 매는 일이 요즘

오두막의 해질녘 일과다.  맨발로 밭흙을  밟는 그 감촉을 무엇에 비기리. 흙을 가까이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흙을 가까이 하라. 흙에서 생명의 싹이 움튼다.

흙을 가까이 하라. 나약하고 관념적인 도시의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ㄷ.

흙을 가까이해야 삶의 뿌리를 든든한 대지에 내릴 수 있다.

땀 흘려 일하고 나서 물을 데워 끼얹고 새옷으로 갈아입으면 날개라도 돋아날 듯 상쾌한 기분이다.

동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맞이하는 날, 나는 마른 옷으로 갈아 입는다.  이것은 요 근래에 생긴

새로운 버릇인데, 둥근 달을 맑은 마음으로 마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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